어릴 적부터 대중교통 중 열에 아홉 번을 버스를 이용해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울산에 자주 가는데요, 그때마다 항상 2100번, 2300번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평소 기사님들의 거칠고 과격한 운전에 몸이 덜컹거리고 쏠려 위험하다 느껴도 한 마디 불평 없이 좋은 게 좋다는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오히려 타고 내릴 때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를 꼬박꼬박 드렸죠.
그런데 오늘 단지 음료를 손에 들었다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당하고 쌩 가시는 기사님에 조금 어이도 없고 화도 나고, 근본적으로는 이렇게 허무하게 버스를 놓치고 나는 집까지 어떻게 가나.. 다음 버스가 있기는 한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음료를 들고 버스를 탑승하려고 한 것이 오늘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달 들어 수도 없이 푸른교통 2100번, 2300번 버스를 이용하며 울산과 집을 오갔습니다. 단 한 번도 승차거부를 하신 기사님은 없었습니다. 물론 저 또한 승차 후 음료를 마실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요. 반 이상 남아있는 음료가 아까워 집에 가져가기 위해 들고 탔을뿐이었으니까요.
승차거부 당하는 순간 저를 쳐다보던 버스정류장의 수많은 사람들, 단호하게 손을 휘저으며 들고 타면 안된다. 그거 들곤 못 탄다. 말하던 기사님 표정이 잊혀지지 않네요. 차에서 먹지 않을 거라 말해도 그래도 안된다고, 손을 어찌나 흔드시던지.
퇴근길에 정말 지친 몸을 이끌고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더 지치네요.. 그동안의 겪었던 불편함들 모두 참지 말고 그때그때 신고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울산을 가려면 개인 차를 소유하지 않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저에게 오늘의 일은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습니다. 제 기분이 나쁘던 말던 타야하겠죠. 이 부분이 참.. 착잡하네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기사님도 예민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추측은 해봅니다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승객을 거부해야하셨나요? 정말 속상합니다. 다시는 푸른교통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