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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과 책임’의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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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과 책임’의 유니폼


‘나는 승무원이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담당승무원입니다. 오늘 여행중에 불편하신 점이나 필요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비행에 임하기 전에 거울을 보며 다시 한번 되뇌는 인사말이다. 비행기에 올라서는 내 도움이 필요한 유아 동반 승객이나 혼자 여행하는 어린이, 비행기에 익숙지않은 노약자를 포함해 처음 여행하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다가가서 연습했던 대로 인사말을 건넨다. 처음에는 승객들도 매우 어색해하지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 승무원에게 말하면 되겠다’하는 안도감에 표정이 금세 편안해진다. 인사를 다 마치고 한사람 한사람 승객들의 얼굴에 편안한 기색이 도는지 확인하는 것 또한 나의 습관이자 임무다.

나는 승무원이다. 이제는 비행 4년차인 나에게 이 말은 마냥 설레기만하던 신입때와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승무원이라고 내가 말하는 순간, 그리고 내가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나는 무수히 많은 책임감을 더불어 입는다. 비행기에서 뿐만 아니라 공항에서나 출근하는 길에서 나는 승무원이기에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해주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기꺼이 드려야 하는 무언의 책임감을 갖고 있다.

다른 유니폼보다도 승무원 유니폼이 단순한 유니폼에 그치질 않고, 많은 책임감을 덧대고 있는 이유는 승무원에 대한 기대심리와 항공사에 대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신입시절에는 이러한 책임감이 마냥 부당하게 느껴져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마치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멍에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정채봉 작가의 글 중에서 ‘길이냐 신발이냐’는 제목의 글을 읽게 되었다. 험한 산길을 걸어다니느라 가시에 찔리고 돌멩이에 부딪혀 발이 성한 날이 없던 여우는 인간들이 도로 포장하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다가, 자갈길이 아스팔트로 변해 길이 반들반들해지는 것을 보고 저도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그 계획인즉슨, 토끼를 잡아서 토끼 껍질로 자기가 다니는 산길을 덮는 일이었다.

그래서 여우는 토끼를 잡았다. “미안하지만 어르신들이 이 산중길을 편히 걸어 다니기 위해서는 너희가 희생할 수밖에 없구나.” 그러자 토끼가 말했다. “아니 어르신. 이 산중 토끼를 다잡아도 토끼 가죽길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 꼬리를 잘라서 가죽신을 만들어 신으신다면 산중길이 토끼 가죽길이나 다름없을텐데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십니까.”

당신도 혹시 세상을 당신 마음에 들게끔 하느라 세월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 만사를 바꾸기보다 당신 마음 하나만 바꾸면 될 것을…. 작가의 마지막 문장이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승무원이라는 역할 중에서 좋은 것만 취하고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주어진 사회적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떠안아야 하는 모든 책임감을 즐거운 마음으로,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나는 4년차 승무원으로서 더욱 더 정성어린 마음가짐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승무원 성보미입니다’라고.


대한 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