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의 노조위원장이 해외 거래선인 미국 엑슨모빌에 ‘우리에게 공사를 맡겨 주어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엑슨모빌은 ‘납기를 앞당겨줘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다’는 답신을 보냈다.
자칫 흘려 듣기 쉬운 이 일화(逸話)는 갈등과 투쟁으로 얼룩진 한국 노조 운동에 한줄기 청량제를 선사하고 있다. 현중(現重)노조가 이같은 감사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은 회사 일을 나의 일로 생각한 주인의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또 이같은 선의의 제스처가 해외 거래선을 감동시키고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면 그것이 곧 노사 상생의 길이 된다. 결국 노사 상생의 길은 노조의 책임감있는 행동이 있어야만 된다는 점을 이 ‘감동의 편지 교환’은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해외 선주들은 한국에 수주 물량을 배정할 때마다 노사분규 때문에 선박 인도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은근히 걱정해왔다고 한다.
해외 언론에선 한국에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강성 노조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해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엔 대기업 노조가 돈을 받고 신규 노동력 모집에 개입해온 혐의가 드러나 노동계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사방에서 ‘한국의 노조 운동, 이대로는 안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현중 노조의 의젓하고 적극적인 행동이 투쟁 일변도의 관행에 젖어온 한국 노조운동을 상생 지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일본과 선두를 다투던 한국의 조선공업은 이제 세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2004년 하반기의 경우 세계 선박 수주의 약 41%는 한국 몫이고, 일본이 23.3%, 중국이 13.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도 아직까지는 멀리 있다. 그러나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계는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돈과 의지를 다 갖추고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한국이 잘 나갈 때 선두 지위를 더 굳히지 않으면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
마치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하듯이 말이다. 지금부터 한국의 노조는 갈등의 둥지에서 상생의 본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